최 피디입니다
자주 소식 전하지 못해 송구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가릴 건 가리고 보고드릴 수밖에 없네요
행간을 읽고 상상력으로 채워주시기 바랍니다 ^^;;;
1) 보안 대책
5월 초, 작업실에 불청객 다녀간 걸 알고
여러 가지 조치를 좀 했습니다
오겠다는 걸 말릴 순 없어서
잡범 수준에선 못 뚫게 방비했는데
하다 보니 역시,
최고 수준의 보안은 보초란 걸 깨달았습니다
결국 작업실을 비우지 않는
원시적 방법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2) 편집시스템 완비
보통은 촬영단계 후반에 진행하면 되는데
불청객 대비하면서 이참에 하자로 순서 바꿨습니다
기술적인 얘긴 생략하고요
편집 컴터들은 성능과 안정성 양쪽이 다 중요해서
부품 선정부터 튜닝까지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주변 기기들도 두어 개 빼면 제자리를 잡았고요
영화 편집실까진 못 돼도
독립다큐 작업실 중엔 최고 수준일 거다 싶습니다
여러분 덕분입니다
동시에, 이런 여건에서 디디한 작품 만들면 골로 간다
그래서 무덤을 팠다고도 생각합니다 ㅎ
3) 3D 모델링
작업이 많이 진척됐습니다
모델링은 두 가지 용도, 검증과 (다큐로) 재현인데
쓰임새에 따라 어떤 건 실재와 똑같이,
어떤 건 대략 비슷하게 만들자 계획했습니다
그동안 세월호 외형, 갑판, 선실들과
세월호가 지나간 섬들, 주변 선박들을 1차 완료했고
지금은 조타실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검증 툴도 완성했습니다
물체 사이의 거리, 배의 회전각도와 경사각 등등을 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했습니다
검증 결과는 적정 시점에 알려드리께요
4) 침몰의 진실과 조작 전모를 찾아
4)-1 아이들이 남긴 진실
아는만큼 보이는 게 맞다, 실감합니다
정보가 쌓이니 예전엔 안 보이던 게 보이고
보게 된 정보의 조각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사실과 의미로 재구성되고 있습니다
최근엔, CNN 보도가 확증한 280도 대회전만큼
중요한 사실을 최종 검증했습니다
1년 3개월만에 떠오른 진실을 곧 공개하겠습니다
4)-2 재판기록이 보여주는 진실
파파이스에 감독님과 함께 출연했던 수현 아버님 요청을 계기로
선원들 재판기록 검토에 시간을 들이고 있습니다
여러 매체에서 이 자료를 토대로 기사를 내고 있지만
저희가 포커스를 맞추는 부분은 또 달라서
형광펜 칠해가며 꼼꼼이 보고 있습니다
이걸 통해서는 세월호 출항부터 침몰까지
선원들의 움직임 같은 것에 구체성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5) 단상
최근에 감독과 지난 반 년을, 파파이스 출연부터 치면 10개월을 돌아봤습니다
감독이 영화 ‘메이즈 러너’ 얘기를 했습니다
매일 밤 바뀌는 미로를 빠져나와야 하는 사람들 이야기인데
미로가 끊임없이 바뀐다는 설정이 우리 작업의 조건 같다면서요
무슨 말이냐면, 그동안
우리가 새로운 단서를 발견해 전진하면
저쪽은 미로를 변형시켜 방어하는
물밑 싸움의 연속이었습니다
AIS데이터부터 레이더영상, 교신파일, 진도VTS 로우데이터, 선내 CCTV 등등
동일해야 할 자료들이 전부 제각각이고
그마저도 미로가 변형되듯, 또 다른 버전이 튀어나왔죠
이렇게 “살아 움직이는 미로” 속에서도
그닥 헤매지 않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추정이 아니라 사실, 확증 가능한 진실을 향해
아이들이 내려줄 실을 잡고 계속 가겠습니다
이런 모습으로요
2015년 6월 모일 모처에서 환담 중인 김 총수와 김 감독
고맙습니다!